기타나 우쿨렐레에는 손가락을 짚는 칸이 촘촘히 그어져 있어요. 그런데 바이올린이나 첼로의 목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칸이 하나도 없습니다. 왜 없을까요?
현악기의 지판은 눈금 없이 매끈합니다. 손가락이 놓일 정확한 칸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뜻이에요. 그래서 연주자는 귀와 오랜 손의 기억으로 음의 위치를 스스로 찾습니다. 몇 밀리미터만 어긋나도 음정이 흔들리기 때문에, 이 감각을 몸에 새기는 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려요. 배우기 시작할 무렵엔 지판에 작은 표시를 붙여 두기도 하지만, 손이 자리를 기억하고 나면 그 표시는 조용히 떼어냅니다.
사실 바이올린의 먼 조상 격인 옛 비올족 악기에는 기타처럼 줄로 된 프렛이 감겨 있었어요. 그런데 뒤에 등장한 바이올린 계열은 그 프렛을 벗어 던졌습니다. 활로 소리를 길게 끌며 음과 음을 잇고 싶었기 때문이지요. 노래하는 소리를 얻는 대신, 정확함이라는 숙제를 스스로 떠안은 셈입니다.
불편해 보이지만, 프렛이 없어서 얻는 것이 있습니다. 음과 음 사이를 미끄러지듯 잇거나, 한 음을 미세하게 떨어 비브라토를 만드는 일이 자유로워지거든요. 정해진 칸에 갇히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노래처럼 들려요
현악기 소리가 유독 사람의 목소리를 닮았다고 느끼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프렛이라는 경계가 없어서, 소리가 한 음에서 다음 음으로 부드럽게 흘러갑니다. 정확함은 눈금이 아니라 수없이 반복한 손끝에서 오는 셈이지요.
비올타운은 청중과 가까이 마주 앉는 살롱 콘서트나 찾아가는 음악회를 자주 엽니다. 바로 앞에서 보면, 연주자의 왼손이 매끈한 지판 위를 어떻게 오르내리는지 그 미세한 움직임까지 눈에 담을 수 있어요. 멀리서는 잘 보이지 않던 장면이지요.
다음에 현악 연주를 가까이에서 보실 일이 있다면, 연주자의 왼손을 한번 눈여겨보시겠어요? 칸도 표시도 없는 매끈한 길 위에서, 손끝이 정확한 자리를 어떻게 찾아가는지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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